미국 27개 주 77개 AI 교육 법안·영국 청소년 79% AI 사용 실태 — FutureEd·NLT 2026 보고서가 드러낸 교실의 적응 위기

2026년 가을, 두 편의 보고서가 전 세계 AI 교육의 현주소를 날카롭게 포착했습니다. 미국 교육 정책 연구기관 FutureEd는 2026년 10월 기준 27개 주에서 77개의 AI 교육 관련 법안이 발의됐으며 이 중 10개가 이미 시행에 들어갔다고 발표했습니다. 앨라배마는 AI 포함 컴퓨터과학 과정을 고교 졸업 요건으로 명문화했고, 유타는 7·8학년 의무 디지털 역량 과정을 신설했으며, 아이다호는 AI 리터러시부터 학생 개인정보 보호까지 포괄하는 종합 AI 프레임워크 개발을 교육부에 지시했습니다. 같은 시기 영국 국립 리터러시 신뢰재단(National Literacy Trust, NLT)이 발표한 2026 보고서는 정반대의 풍경을 보여줍니다. 13~18세 청소년 4만 543명을 포함한 대규모 조사 결과, 청소년의 79%가 생성 AI를 이미 사용하고 있었지만 교사의 60.1%는 학생들의 AI 사용에 우려를 표명했고, 정작 AI 관련 교육 훈련을 받은 교사는 32.6%에 불과했습니다. 숙제에 AI 답을 그대로 복붙하는 청소년은 24.1%에 달했으며, 저소득층 자녀의 경우 이 비율이 31.6%로 높아졌습니다. 법안과 정책은 쏟아지고 있지만, 교실 현장의 준비는 여전히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FutureEd 2026 입법 추적기: 27개 주, 77개 법안, 10개 시행 중
FutureEd가 2026년 10월 6일 갱신한 AI 교육 입법 추적기에 따르면, 2026년 입법 세션에서 27개 주가 교실 내 AI 활용 방식을 규율하는 법안 77개를 발의했습니다. 이 추적기는 '무엇을 학생들이 AI에 대해 배울 것인가', '어떻게 학교가 AI를 교육에 통합할 것인가', '어떤 안전장치가 그 사용을 규율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춘 입법만을 분류합니다. 10개가 이미 법률로 제정됐다는 사실은 2025년의 논의 단계에서 본격적인 의무화 단계로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지역별로 보면 남부 주들이 AI 교육 의무화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으며, 중부와 서부 주들은 주로 생성 AI 사용 가이드라인 및 학생 데이터 보호에 집중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주목할 만한 점은 법안의 방향이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는 것입니다. 하나는 AI 리터러시 교육을 의무화하는 방향이고, 다른 하나는 교실 내 AI 사용을 제한하거나 금지하는 방향입니다. 뉴스위크는 이 대립 구도를 가리켜 "AI를 교실에 통합하려는 주들과 AI를 교실에서 배제하려는 주들 사이의 국가적 균열"이라고 표현했습니다.
법안 내용의 다양성도 두드러집니다. 일부 법안은 AI 윤리 교육을 독립 과목으로 개설하도록 요구하는 반면, 다른 법안은 기존 컴퓨터과학이나 사회 과목에 AI 내용을 통합하는 방식을 택합니다. 또 다른 법안은 교원 연수 프로그램 마련, AI 조달 투명성, 학생 데이터 보호, 생성 AI 사용 정책 수립을 학교 당국에 요구합니다. FutureEd는 이러한 법안들이 단순한 기술 교육을 넘어 학문적 정직성, 개인정보, AI 편향과 같은 윤리적 차원까지 포괄하고 있다는 점에서 2015~2020년의 컴퓨터과학 교육 의무화 물결과는 질적으로 다른 접근이라고 평가합니다. 한편, 추적기에 포함된 법안의 수는 2026년 이후 더욱 증가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AI 기술이 교실 현장을 급격히 바꾸고 있고, 학부모·교사·교육 당국 모두가 정책적 방향 설정을 서두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2026년 현재의 10개 시행법은 향후 미국 전역의 AI 교육 정책이 어디로 수렴할지를 가늠하는 선도 사례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주요 제정법 해부: 앨라배마 졸업 요건·유타 7·8학년 과정·아이다호 종합 프레임워크
이미 시행 중인 10개 법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세 가지를 살펴봅니다. 먼저 앨라배마주 H.B. 329입니다. 이 법은 모든 고등학생이 AI 교육이 포함된 컴퓨터과학 승인 과정을 이수해야 졸업할 수 있도록 의무화했습니다. 특정 AI 도구 사용법이 아니라, AI의 작동 원리·사회적 영향·윤리적 함의를 포함하는 포괄적 과정을 요구합니다. 이는 AI 리터러시를 졸업 요건으로 명시한 미국 최초의 주 단위 법률 중 하나로, 남부 주들의 교육 의무화 경향을 선도하는 사례로 평가받습니다. 다음은 유타주 H.B. 218입니다. 유타주는 7학년 또는 8학년 학생들이 AI 리터러시를 포함한 필수 디지털 역량 과정을 이수하도록 의무화했습니다. 이 과정에는 사이버보안, 디지털 프라이버시, AI 이해가 함께 포함됩니다. 중학교 단계에서 AI 교육을 법적으로 의무화한 것은 전국적으로도 선진적인 사례입니다. 특히 중학교 시기가 AI에 의한 딥페이크 피해, 온라인 사기, 정보 조작에 가장 취약한 연령대임을 감안하면 그 정책적 타이밍이 적절하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세 번째는 아이다호주 AI 종합 프레임워크 지시입니다. 아이다호는 법률을 통해 교육부에 AI에 관한 포괄적 프레임워크를 개발하도록 지시했습니다. 이 프레임워크는 학생 프라이버시, 조달 안전장치, 투명성, 학문적 정직성, AI 리터러시, 전문성 개발의 6개 영역을 포함해야 합니다. 교육 분야에서의 AI 통합 전략을 학교 자율에 맡기지 않고 주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설계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습니다. 특히 학문적 정직성과 AI 리터러시를 같은 프레임워크 안에 묶은 것은 AI를 '학교 현장에서 어떻게 다뤄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균형 잡힌 답을 모색하겠다는 신호입니다. 메릴랜드는 '인공지능 준비 학교법(Artificial Intelligence Ready Schools Act)'을 통과시켜 학교들이 AI 통합 계획을 수립하고 연간 보고를 의무화했습니다. 버지니아도 교육 특화 AI 조치를 도입했습니다. 이 다섯 개 주의 사례는 AI 교육 의무화가 더 이상 미래의 화두가 아니라 현재 진행 중인 현실임을 입증합니다.
영국 NLT 2026 보고서: 청소년 79%, 교사 60% 우려, 그리고 24.1% 복붙의 현실
영국 국립 리터러시 신뢰재단(NLT)이 KPMG의 지원을 받아 발표한 2026년 AI·리터러시 보고서는 역대 최대 규모의 청소년 AI 사용 실태 조사로 평가됩니다. 조사 대상은 13~18세 청소년 4만 543명, 교사 2,567명, 자녀를 둔 학부모 3,073명, 그리고 심층 인터뷰에 참여한 교사·사서·전문가 17명입니다. 청소년의 79.0%가 생성 AI를 사용한다고 답했으며, 이 중 59.5%는 주 1회 이상 사용한다고 응답했습니다. 2025년 대비 AI를 활용해 작문 피드백을 받은 청소년 비율은 20.7%에서 45.6%로 두 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교사 사용률도 58.0%에서 80.6%로 급등했고, 가정에서 가족이 함께 AI를 사용하는 비율도 67.8%에 달했습니다. 이 수치만 보면 AI 통합이 순조롭게 이루어지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보고서가 드러낸 이면은 다릅니다. 학생의 AI 사용에 우려를 표명한 교사는 60.1%로, 2025년의 43.2%에서 크게 증가했습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AI 관련 교육 훈련을 받은 교사가 32.6%에 불과하다는 점입니다. 학생들이 빠르게 AI를 도입하고 있는 속도를 교사 역량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구조적 공백이 드러납니다.
숙제와 AI 사용 행태에서도 우려할 만한 패턴이 확인됩니다. 숙제에 AI를 사용한 청소년 중 24.1%가 AI의 출력물을 그대로 복사해 제출한다고 응답했습니다. 특히 무상 급식 자격을 가진 저소득층 학생들 사이에서 이 비율은 31.6%로 높아집니다. 이는 AI 리터러시가 결국 소득 불평등과 교육 격차를 심화하는 새로운 벡터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AI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학생과 그렇지 못한 학생 사이의 격차가 벌어질 뿐만 아니라, 어떤 학생은 AI가 생성한 내용을 비판적으로 검토하지 않고 그대로 제출함으로써 학습 기회 자체를 잃어버리고 있습니다. 긍정적인 변화도 있습니다. AI 출력물을 확인하는 학생 비율은 42.8%에서 52.3%로 증가했고, 자신의 아이디어를 추가하는 비율도 48.9%에서 56.5%로 늘었습니다. 학생의 62.8%는 AI가 대신 생각해주는 것이 아니라 생각을 자극해야 한다는 데 동의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긍정적 인식이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려면 교사의 체계적인 지도가 필요합니다. AI 훈련을 받지 못한 교사가 68% 가까이 된다는 사실은 이 긍정적 변화마저 취약한 기반 위에 서 있음을 의미합니다. 학부모 측에서도 소득 격차가 두드러집니다. AI 리터러시를 지원할 자신감이 있다고 답한 최저 소득층 부모는 31.0%인 반면, 최고 소득층 부모는 80.0%에 달해 2.6배의 격차가 나타납니다.
뉴욕시 K-8 AI 금지 vs 애리조나 HB4005: 정반대 접근이 던지는 질문
2026년 AI 교육 정책의 가장 극적인 대비는 뉴욕시와 애리조나주에서 나타납니다. 9월, 뉴욕시장 조란 만다니와 학교장관 카마르 새뮤얼스는 2026~2027학년도에 K-8(유치원~8학년, 약 60만 명) 전 학생을 대상으로 생성 AI 도구에 대한 1년 한시 모라토리엄을 선언했습니다. 학업 정직성 훼손, 비판적 사고 능력 약화, 학생 개인정보 위험을 이유로 들었습니다. 고등학생은 금지 대상에서 제외됐지만 대신 연 2회의 AI 리터러시 수업을 의무적으로 받아야 합니다. 뉴욕시는 이 조치를 "무엇이 교육적으로 옳은가를 먼저 판단하고, AI 통합을 그 이후에 논의하겠다"는 신중론적 접근으로 포지셔닝했습니다. 반면 애리조나주 HB4005는 반대 방향을 향합니다. 이 법안은 3학년, 6학년, 8학년, 10학년, 12학년 학생 모두에게 AI의 윤리적·도덕적·교육적 사용에 관한 교육을 의무화합니다. 기초 개념, 효과적인 프롬프트 작성, 책임 있는 사용을 다루어야 하며, 독립 과목 또는 기존 교과에 통합하는 두 가지 방식 중 학교가 선택할 수 있습니다. 학교는 매년 10월 15일까지 어떤 방식으로 AI 교육을 제공하는지 애리조나 교육부에 보고해야 합니다. 2027~2028학년도부터 시행될 예정이며, 위원회 투표는 4대 2로 가결됐습니다.
두 접근법의 충돌은 AI 교육 정책의 근본적인 딜레마를 드러냅니다. 금지론자들은 "아직 준비가 안 된 교실에 AI를 도입하면 학습 격차를 더욱 벌릴 뿐"이라고 주장합니다. 의무화론자들은 "AI가 이미 교실 안으로 들어와 있는데 금지는 눈 감는 것에 불과하다"고 반박합니다. NLT 보고서의 수치가 이 논쟁에 구체적 맥락을 제공합니다. 청소년의 79%가 이미 AI를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은 금지 전략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합니다. 동시에 교사의 67.4%가 AI 훈련을 받지 못했다는 사실은 무조건적인 의무화도 위험하다는 것을 시사합니다. 전문가들은 두 접근법 모두 교사 역량 강화 없이는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고 지적합니다. 금지해도 학생들은 가정에서 AI를 사용하고, 의무화해도 훈련받지 못한 교사는 효과적인 지도를 할 수 없습니다. 결국 법안이나 모라토리엄보다 앞서야 하는 것은 교원 연수 시스템의 대규모 전환입니다.
한국 교육 정책의 과제 — 법제화 속도보다 중요한 교사 역량 강화
한국의 상황은 영국 NLT 보고서가 드러낸 위기와 상당 부분 겹칩니다. 교육부가 2024년부터 추진 중인 AI 교육 강화 방안은 AI 중점학교 확대, AI 교육지원센터 신설, 생성 AI 활용 교육 프로그램 보급 등을 포함합니다. 그러나 정책의 속도와 교사 역량 사이의 간극은 미국·영국 못지않게 심각합니다. 국내 교사 중 AI 관련 전문 연수를 이수한 비율은 여전히 소수에 불과하며, 학교마다 AI 교육의 질이 크게 달라 교육 불평등 문제를 심화시킬 우려가 있습니다. FutureEd 추적기가 보여준 미국 주들의 다양한 접근 방식은 한국에도 시사점을 줍니다. 단순히 AI 교육을 교육과정에 포함시키는 것을 넘어, 특정 AI 도구의 안전성 검증, 교원 연수의 체계적 의무화, 학생 데이터 보호 규정 정비 등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효과적인 AI 교육 생태계가 구축될 수 있습니다. 앨라배마나 유타처럼 법적 요건을 구체화할 때 단순히 "AI를 가르쳐라"가 아니라 "무엇을, 어떤 방식으로, 누가 검증한 방법으로" 가르치는지를 명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NLT 보고서가 강조한 소득 격차 문제는 한국도 결코 예외가 아닙니다. AI 리터러시 교육이 사교육 시장을 통해 일부 계층에게만 집중되면, 공교육 내 AI 교육은 격차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벌리는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보편적이고 질 높은 AI 리터러시 교육은 모든 사회 계층의 청소년에게 동등하게 제공될 때만 의미가 있습니다. 법안과 정책 발표는 시작일 뿐입니다. 진짜 과제는 교사 역량과 교육 형평성을 동시에 높이는 것에 있습니다.
참고 자료 / References
- Legislative Tracker: 2026 State AI in Education Bills — FutureEd (Updated October 6, 2026)
- Young people, teachers' and parents' use of AI to support literacy in 2026 — National Literacy Trust (2026)
- Arizona House Committee Backs Bill Requiring AI Curriculum — Arizona Daily Independent (February 12, 2026)
- New York City Public Schools Are Banning AI Through 8th Grade This Year — Yahoo News (2026)
- As AI use in schools grows, lawmakers and districts scramble to set up guardrails — Stateline (June 10, 2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