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폴 오퍼레이션 퍼스트 라이트 2026 — 97개국 5,811명 체포·2억 9,300만 달러 압수, AI 딥페이크 사기의 새 민낯

2026년 7월 9일, 인터폴은 올해 1월 15일부터 4월 30일까지 97개국과 지역에 걸쳐 실시한 '오퍼레이션 퍼스트 라이트 2026(Operation First Light 2026)' 결과를 공식 발표했습니다. 이번 작전에서 5,811명이 체포되고 2억 9,300만 달러(약 3,900억 원)의 불법 자산이 압수됐으며, 142,000명 이상의 피해자가 식별됐습니다. 특히 이번 작전에서는 딥페이크로 제작된 '가짜 경찰서 영상통화', AI 음성 클론 사기, 로맨스 스캠(피그버처링) 등 인공지능이 핵심 수단으로 활용된 소셜엔지니어링 사기의 실체가 낱낱이 드러났습니다.
작전 개요: 역대 최대 규모 소셜엔지니어링 단속
오퍼레이션 퍼스트 라이트는 중국 공안부의 자금 지원과 ASEANAPOL·GCCPOL·유로폴의 협력 아래 인터폴이 주도한 4개월간의 다국적 합동 단속 작전입니다. 97개국·지역의 수사 당국이 참여한 이번 작전에서 당국은 총 152,808건의 사건을 분석해 그 중 23,715건을 해결하고 15,606명의 피의자를 특정했습니다. 또한 31,014개의 은행 계좌를 동결하고 142,000명 이상의 피해자를 공식 확인하는 성과를 거뒀습니다.
이번 작전의 주요 표적은 소셜엔지니어링 사기(social engineering fraud)와 이 수익금을 세탁하는 자금세탁 네트워크였습니다. 소셜엔지니어링 사기란 피해자의 심리를 조작해 스스로 돈을 넘기거나 개인정보를 제공하도록 유도하는 범죄로, 기업 이메일 침해(BEC), 로맨스 스캠, 투자 사기, 정부기관·수사기관 사칭, 성착취 협박(섹스토션) 등이 포함됩니다. 인터폴 측은 이 범죄 유형들이 한 조직 안에서 유기적으로 결합되어 있으며, 범죄 수익이 암호화폐·무역기반 자금세탁·페이퍼컴퍼니 등을 통해 이전된다고 설명했습니다.
FTC(미국 연방거래위원회)의 2026년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한 해 동안 사칭 사기(imposter scam)로 인한 미국 내 피해액만 35억 달러에 달해 5년 연속 사기 피해 1위 유형을 기록했습니다. 기업 사칭 피해는 약 10억 달러, 정부기관 사칭 피해는 약 9억 2,000만 달러에 달했습니다. 글로벌 사기 피해 총액은 2025년 약 160억 달러(약 21조 원)로 전년 대비 25% 증가한 것으로 추산됩니다.
AI·딥페이크로 진화한 사기 수법 — '가짜 경찰서'의 실체
이번 작전에서 가장 충격적인 물증 중 하나는 에스와티니(Eswatini, 구 스와질란드)에서 발견된 '브라질 경찰서 모조품'이었습니다. 현지 당국은 82명을 체포하는 과정에서 브라질 경찰 유니폼, 간판, 장비를 갖춘 완전한 형태의 가짜 경찰서 세트장을 압수했습니다. 이 시설은 사기범들이 피해자에게 '당신이 범죄에 연루됐다'고 협박하는 가짜 영상통화를 연출하는 데 쓰였습니다. 딥페이크 기술과 결합될 경우, 이런 가짜 경찰서는 피해자의 육안 검증을 무력화하는 강력한 공포 수단이 됩니다.
인터폴과 FinCEN(미국 금융범죄단속국)은 생성형 AI가 사기의 '사칭 레이어(impersonation layer)'를 획기적으로 고도화하고 있다고 경고합니다. AI로 생성된 합성 음성과 영상은 이미 은행과 기업들이 강력한 인증 수단으로 활용해온 '콜백 확인'과 '화상통화 본인 확인' 절차를 무력화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했습니다. FinCEN이 2024년 11월 발표한 딥페이크 사기 경보에서는 AI 기반 합성 미디어가 전화·영상통화 기반의 인증 체계 전반을 위협한다고 명시했습니다. 실제로 싱가포르 상품 거래 기업을 대상으로 한 BEC 사기에서는 공급업체를 사칭한 딥페이크 영상통화가 활용돼 660만 달러 규모의 송금 시도가 있었으며, 인터폴의 I-GRIP(즉시 지급 정지 메커니즘)가 이를 가까스로 차단했습니다.
피그버처링(pig butchering·돼지도살 사기)은 이번 작전에서 가장 큰 피해 규모를 기록한 유형으로, 사기범들은 소셜미디어나 데이팅 앱에서 피해자와 수 주에 걸쳐 신뢰 관계를 쌓은 뒤, 가상의 투자 플랫폼에 투자를 유도해 거액을 편취합니다. 유엔 조사관들에 따르면 피그버처링 범죄 조직은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수백억 달러의 수익을 올렸으며, 대부분 동남아시아의 요새화된 합숙 시설에서 인신매매 피해자들이 강요에 의해 사기 행위를 수행했습니다. 이번 작전에서도 9개의 암호화폐 피그버처링 사기 센터가 해체되고 276명이 추가 체포됐으며, 관련 자산 7억 1,000만 달러가 압수됐습니다.
국가별 주요 사례 — 태국 '20세 청년의 1,225억 원 세탁'부터 팔라우 호텔 사기 센터까지
태국에서는 이번 작전 중 가장 극적인 단일 사건이 적발됐습니다. 태국 당국은 단 한 개의 디지털 지갑을 통해 10개월 만에 1억 2,250만 달러(약 1,635억 원)를 세탁한 20세 용의자를 체포했습니다. 이 청년은 로맨스 스캠 수익금을 여러 암호화폐 간의 '크로스체인 토큰 스왑(cross-chain token swap)' 방식으로 전환해 자금 추적을 방해하는 수법을 사용했습니다. 인터폴에 따르면 이 계좌는 글로벌 로맨스 스캠 네트워크의 핵심 세탁 허브였으며, 10개월이라는 짧은 기간에 처리된 자금 규모가 전통적인 자금세탁 방식을 압도하는 수준이었습니다.
마카오(중국 마카오 SAR)에서는 당국의 기민한 피해자 개입으로 37만 2,000달러 규모의 피해를 사전에 차단하는 성과를 올렸습니다. 수사관들이 정부기관 사칭범들에게 조종당하고 있는 피해자를 적시에 발견해 송금을 중단시킨 것입니다. 팔라우에서는 호텔 두 곳을 거점으로 암호화폐와 불법 도박 플랫폼을 활용해 사기를 벌이던 22명이 추방됐습니다. 이 두 사례는 커뮤니티 기반 조기 개입과 피해 예방 교육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줍니다.
싱가포르와 오만 수사 당국은 인터폴의 I-GRIP 메커니즘을 적극 활용해 공급업체 사칭 BEC 사기로 인한 660만 달러 규모의 불법 이체를 차단했습니다. I-GRIP은 인터폴이 회원국 금융기관과 협력해 의심 거래를 즉시 동결할 수 있는 실시간 지급 정지 시스템으로, 이번 작전에서 핵심 도구로 활용됐습니다. 이처럼 법집행기관과 금융기관 간의 실시간 정보 공유·협력 체계가 AI 기반 사기 대응에서 결정적 역할을 하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한국 피해 현황 — 피그버처링 피해 급증, 딥페이크 결합 사기 경보
한국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2025년 한 해 동안 한국 남성 피해자들이 피그버처링 로맨스 스캠으로 입은 피해액이 약 1,000억 원(7,300만 달러)에 달했습니다. 피해자들은 주로 소셜미디어와 온라인 데이팅 앱을 통해 접근한 범죄자들에게 거짓 투자 약속을 믿고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을 잃었습니다. 특히 카카오톡, 라인, 인스타그램 다이렉트 메시지 등을 통한 접근이 증가하고 있으며, 사기 집단의 일부가 캄보디아 등 동남아시아 사기 캠프에서 운영되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피그버처링에 딥페이크 기술이 결합되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수사 당국에 따르면 일부 조직은 카카오톡 화상통화 중 실시간 딥페이크 필터를 사용해 여성의 얼굴로 위장하거나, AI가 생성한 여성 사진을 프로필로 활용해 피해자의 신뢰를 얻는 수법을 쓰고 있습니다. 실제로 캄보디아 소재 한 조직이 여성의 딥페이크 이미지를 활용해 약 120억 원(870만 달러)을 편취한 사건이 적발된 바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딥페이크 기술 접근성이 높아질수록 피그버처링 피해 규모가 급격히 확대될 것이라고 경고합니다.
시사점과 향후 과제 — '기술 속도가 법을 앞서는' 시대의 국제 공조
오퍼레이션 퍼스트 라이트 2026의 성과는 분명합니다. 단일 국제 작전으로 5,800명 이상을 체포하고 2억 9,000만 달러 이상을 압수한 것은 역대 최대 규모의 소셜엔지니어링 단속 기록입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것이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고 지적합니다. 글로벌 사기 피해 총액이 연간 160억 달러에 달하는 상황에서 2억 9,300만 달러의 압수는 전체 범죄 수익의 약 1.8%에 그칩니다. 더욱이 동남아시아 사기 캠프는 지속적으로 활동 거점을 이동하며 재조직되고 있어,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국제 공조가 필수적입니다.
특히 AI·딥페이크 기술의 급속한 발전은 기존의 대응 체계를 근본적으로 재편할 것을 요구합니다. 영상통화가 더 이상 신원 확인의 충분한 수단이 되지 못하는 시대에, 금융기관과 플랫폼 사업자들은 생체 인증, 행동 패턴 분석, 다중 요소 인증 등 AI 기반 탐지 기술을 서둘러 도입해야 합니다. 피해자 입장에서도 온라인에서 처음 만난 사람이 투자나 로맨스를 빌미로 돈을 요구한다면, 영상통화를 했더라도 딥페이크일 수 있다는 인식이 필요합니다. 수상한 투자 제안을 받았을 때는 즉시 국내 금융감독원(1332) 또는 경찰청 사이버수사국(182)에 신고하시기 바랍니다.
참고 자료 / References
- INTERPOL — Over 5,800 arrests, USD 293 million intercepted in global fraud bust (July 9, 2026)
- Help Net Security — 5,811 arrests, $293 million seized over social engineering scams (July 9, 2026)
- Security Affairs — INTERPOL Operation First Light Nets 5,811 Arrests and Seizes $293 Million
- TechRadar — $293 million seized and 5,811 arrests made in huge anti-scam action by Interpol across 97 countries
- CoinTelegraph — Interpol 122M Crypto Flows Romance Scam Laundering
- Decrypt — A 20-Year-Old's Crypto Wallet Moved $123M in Romance-Scam Cash: Interpol Says
- ComplianceHub.Wiki — 5,811 Arrests, $293M Intercepted: What Interpol's Operation First Light 2026 Tells Your Fraud and AML Program
- The Korea Times — Pig-butchering romance scams bleed Korean men of $73 million (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