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학교, 딥페이크 섹스토션 공포에 학생 사진 전면 삭제 — 8개교 연구가 밝힌 '통합 학교 AI 리터러시'의 필요성

2026년 5월, 영국의 학교들이 홈페이지에서 학생 사진을 대거 삭제하기 시작했습니다. 원인은 AI 딥페이크 기술을 이용한 '섹스토션(sextortion)'입니다 — 공개된 학교 사진 한 장이 수 초 만에 성적 허위 이미지로 변환되고, 그것이 금품 갈취의 수단이 되고 있습니다. 영국 국가범죄수사청(NCA)은 현재 매달 110건 이상의 미성년자 섹스토션 사건을 접수하고 있습니다. 같은 달 국제학술지 PMC에 게재된 영국 8개 학교 연구는 더 근본적인 문제를 드러냈습니다 — 교사와 학생 모두 딥페이크 기술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으며, 학교의 대응도 일관성이 없습니다. 사진을 삭제하는 것은 첫 번째 방어선일 뿐, 진짜 해법은 교육과 정책의 통합에 있습니다.
학교 홈페이지 사진이 딥페이크 소재가 된다
사건의 구조는 단순합니다. 범죄자들은 학교 공식 홈페이지, SNS 계정, 졸업앨범 페이지에서 학생 사진을 수집합니다. 이어 AI 누드화(nudification) 앱에 사진을 업로드하면 수 초 만에 성적 허위 이미지가 생성됩니다. 범죄자들은 이 이미지를 피해 학생에게 전송하며 '삭제 대가'로 금품 또는 추가 이미지를 요구합니다. 이것이 AI 기반 딥페이크 섹스토션의 작동 방식입니다.
영국 인터넷워치재단(IWF)과 국가범죄수사청(NCA)이 주도하는 조기경보실무그룹(EWWG)은 2026년 5월 학교에 공식 경고를 발표했습니다. 핵심 권고는 '학생 식별 가능 사진을 학교 웹사이트에서 제거하라'는 것이었습니다. 맬웨어바이츠(Malwarebytes)의 보도에 따르면, NCA는 현재 매달 110건을 웃도는 미성년자 섹스토션 사건을 접수하고 있으며, 2025년 한 해 동안 부모 10명 중 1명이 자녀와 관련된 온라인 공갈을 경험했다고 응답했습니다. FBI는 이미 2023년 공격자들이 SNS의 평범한 사진을 이용해 가짜 성적 이미지를 만드는 방식으로 범죄 수법이 전환됐다고 경고한 바 있습니다.
문제의 규모를 보여주는 통계들: 영국 청소년의 13%가 누드 딥페이크 피해를 경험했습니다(Internet Matters, 2024). 10대 10명 중 1명은 주변 또래가 합성 비동의 성적 이미지를 만들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Thorn, 2025). 스페인에서는 5명 중 1명의 청소년이 AI 딥페이크 피해를 입었다고 보고했습니다(Save the Children, 2025). 더 충격적인 것은 딥페이크 콘텐츠의 98%가 성적 목적으로 제작되고, 그 99%가 여성·여아를 대상으로 한다는 사실입니다.
영국 8개 학교 연구 — 교사도 학생도 딥페이크를 모른다
2026년 4월 국제학술지 Behavioral Sciences(PMC 게재)에 발표된 연구는 영국 중등학교 8곳에서 교사 6명, 학생 4명을 대상으로 심층 인터뷰를 진행한 결과를 담고 있습니다. 연구자들이 발견한 핵심은 두 가지였습니다. 첫째, 학생들은 AI라는 단어를 들으면 주로 ChatGPT를 떠올리며, 딥페이크 기술이 사진 한 장으로 즉시 성적 이미지를 생성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했습니다. 둘째, 교사들은 딥페이크 도구가 얼마나 쉽게 접근 가능한지를 과소평가하고 있었으며, 딥페이크로 생성된 성적 이미지가 실제 비동의 친밀 이미지와 동일하게 다뤄져야 한다는 인식도 부족했습니다.
용어의 혼란도 심각한 문제로 지적됐습니다. 학생들은 '딥페이크', '유출된 이미지', '리벤지 포르노'를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으며, 연구진은 학생들이 "이미지 기반 성적 학대의 다양한 형태를 구분할 개념적 어휘 자체가 부재한다"고 분석했습니다. 이는 피해를 당해도 그것이 범죄임을 인식하지 못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또한 교육자와 학생 모두 딥페이크 성착취를 SNS 인플루언서를 통해 확산되는 남성 우월주의(misogyny)와 연결 짓기도 했습니다 — "기술이 오래된 편견을 표현하는 통로가 된다"는 분석입니다.
학교 대응의 일관성 부재도 심각한 문제입니다. 일부 학교는 딥페이크 성적 이미지를 제작한 학생에게 정학·퇴학 등 징계 중심의 접근을 취한 반면, 다른 학교는 조정·회복적 실천(restorative practice) 방식을 선택했습니다. 어떤 학교가 옳은 대응을 하고 있는지 지침이 없는 상황에서 교사들은 혼란스러워했습니다. 연구진은 이를 "딥페이크가 세이프가딩 및 행동 정책에 명확히 포함되지 않은 결과"로 진단했습니다.
PSHE 협회의 딥페이크 수업 계획 — RSE·PSHE 통합의 의미
영국의 개인·사회·보건·경제(PSHE) 교육협회는 이번 연구의 권고에 발맞춰 AI 생성 성적 이미지로부터 아동과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한 딥페이크 전용 수업 계획안을 발표했습니다. 핵심은 딥페이크 문제를 별도 과목이나 정보 기술 수업에만 맡기지 않고, 이미 존재하는 관계·성교육(RSE) 커리큘럼에 통합하는 것입니다. 이는 딥페이크 성착취가 기술 문제가 아니라 동의(consent), 권력, 젠더 폭력의 문제임을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접근입니다.
RSE 통합의 구체적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① AI가 성적 이미지를 생성하는 방식과 그것이 왜 불법인지, ② 피해를 입었을 때 어떻게 신고하고 어른에게 알릴 수 있는지, ③ 이미지를 공유하거나 요청하는 것이 피해를 어떻게 확산시키는지, ④ 디지털 공간에서의 동의(consent)와 경계(boundary) 개념. 연구진은 이 교육이 중등학교(secondary school) 이전, 즉 11세 이하 아동에게도 연령에 맞는 방식으로 시작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통합 학교 접근(Whole-School Approach)' — 6가지 권고
PMC 연구가 제안하는 '통합 학교 접근'은 딥페이크 대응을 IT팀이나 특정 교사에게만 맡기지 않고 학교 전체의 시스템과 문화를 바꿔야 한다는 원칙입니다. 6가지 핵심 권고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AI 생성 이미지 기반 성적 학대(IBSA)를 세이프가딩 정책과 행동 정책에 명문화할 것 — 딥페이크를 실제 비동의 친밀 이미지와 동일하게 취급해야 한다는 근거를 법적·윤리적으로 확립. 둘째, RSE 커리큘럼에 AI 리터러시를 의무 통합할 것 — 기술 과목이 아닌 젠더·동의·권력 교육의 일환으로 다룸. 셋째, 교직원 교육을 정기적으로 실시할 것 — 딥페이크 도구의 접근성, 법적 취급, 지원 자원을 모든 교사가 숙지해야 함. 넷째, 회복적 접근법(relational response)을 채택할 것 — 징계만으로는 부족하며, 피해자 지원과 가해자 교육이 병행돼야 함. 다섯째, 플랫폼 설계·알고리즘·젠더 권력 역학을 포괄하는 교육으로 확장할 것 — 딥페이크가 만들어지는 사회적 맥락을 이해시킬 것. 여섯째, 조기 교육을 우선시할 것 — 중학교 입학 전부터 동의, 윤리, AI 기초를 연령에 맞게 가르칠 것.
한국의 현실 — 가해자 62%가 10대, 학교 대응은 아직 미흡
영국의 사례는 한국에도 직접적인 시사점을 줍니다. 경찰청에 따르면 한국 딥페이크 성범죄 피의자의 62%가 10대이며, 피해자 중에도 대다수가 같은 또래입니다. 텔레그램 딥페이크 사건 이후 '지인 능욕'이라는 표현이 학교 내에서 '놀이 문화'처럼 퍼진 현상은, 영국 연구자들이 지적한 개념적 어휘 부재와 정확히 맞닿아 있습니다 — 가해 학생들이 자신의 행동이 범죄임을 인식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2025년 딥페이크 처벌법 강화(비동의 딥페이크 소지·열람 처벌 신설) 이후에도 학교 내 딥페이크 제작 및 유포 사건은 계속 발생하고 있습니다.
한국 학교의 현재 대응을 살펴보면, 방송통신위원회·시청자미디어재단이 전국 31개 중학교에서 AI 미디어 교육 시범사업을 운영 중이고, 한국언론진흥재단도 'AI 리터러시 교실'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전국 3,000개가 넘는 중학교 중 극히 일부에 불과합니다. 영국의 PSHE 협회처럼 딥페이크 교육을 기존 교육과정(예: 성교육, 미디어 리터러시 과목)에 공식 통합하는 국가 수준의 체계적 지침은 아직 마련되지 않았습니다. 교사들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모르는 상황, 피해 학생이 신고를 두려워하는 상황 — 이는 영국 연구가 확인한 문제와 동일합니다.
학교 사진 삭제를 넘어 — 가정과 학교가 함께 해야 하는 이유
학교 홈페이지에서 학생 사진을 삭제하는 것은 중요한 첫걸음이지만, 그것으로는 부족합니다. 오늘날 청소년의 대부분이 인스타그램, 틱톡, 스냅챗 등 개인 SNS에 수천 장의 사진을 게시하고 있으며, 학교 공식 사진이 없어도 개인 계정 사진으로 딥페이크 소재가 확보됩니다. 따라서 가정에서의 교육이 병행돼야 합니다. 부모가 해야 할 일은 다음과 같습니다: ① SNS 공개 범위를 '팔로워만 볼 수 있음'으로 설정하도록 자녀와 함께 확인. ② 온라인에 얼굴이 드러나는 사진을 올릴 때의 위험성을 미리 대화. ③ 자녀가 섹스토션 메시지를 받으면 즉시 알려달라고 요청 — "절대 혼나지 않는다"는 것을 강조. ④ 증거(스크린샷, URL)를 보존한 후 경찰 신고 및 플랫폼 신고를 진행.
EdSource의 2026년 기고에서 교육 전문가들은 "부모가 AI를 단순히 자녀가 숙제에 사용하는 도구로만 보지 말고, 위험과 윤리를 함께 이해하는 '학습 파트너'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부모 세대가 딥페이크가 무엇인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왜 위험한지를 먼저 이해해야 자녀와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습니다. 학교가 PSHE 수업에서 딥페이크를 가르치더라도, 가정에서 대화가 이어지지 않으면 그 효과는 반감됩니다.
결론 — 사진 삭제는 시작, 교육이 진짜 방어선
영국 학교들이 홈페이지에서 학생 사진을 삭제하기 시작한 2026년 5월의 사건은, AI 딥페이크 섹스토션이 이제 학교 운영 방식 자체를 바꾸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그러나 영국 연구자들이 경고하듯, 사진 삭제는 증상 완화일 뿐입니다. 근본 처방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세이프가딩 정책에 딥페이크를 명문화해 학교 내 발생 시 일관되게 대응할 것. 둘째, RSE/성교육 커리큘럼에 AI 리터러시를 통합해 학생들이 왜 그것이 범죄인지를 이해하게 할 것. 셋째, 가정·학교·지역사회가 함께하는 통합 학교 접근으로 가해·피해를 예방할 것.
한국에서도 이 교훈은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딥페이크 처벌법을 아무리 강화해도 가해자가 범죄임을 인식하지 못하면 억지력이 작동하지 않습니다. 학생들이 '리벤지 포르노'와 '딥페이크'의 차이를 모른다면, '합성 이미지도 범죄'라는 법 조항을 알지 못하는 것과 같습니다. AI 리터러시는 기술 교육이 아닙니다 — 그것은 동의·경계·책임을 디지털 시대에 맞게 재정의하는 시민 교육입니다. 학교 홈페이지에서 사진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의 머릿속에 '왜 그것이 잘못인가'라는 인식이 자리 잡는 날이 진정한 변화의 시작입니다.
참고 자료 / References
- Malwarebytes — Deepfake sextortion forces schools to remove student photos from websites (May 2026)
- PetaPixel — UK Schools Told to Remove Children's Photos as Criminals Use AI to Create Explicit Images (May 2026)
- PMC / Behavioral Sciences — Sexualized Deepfakes in UK Schools: Understanding and Preventing AI-Generated Image-Based Sexual Abuse Through Better AI Literacies (April 2026)
- EdSource — COMMENTARY: Why parents need to understand AI: Ensuring ethical tech use in schools (2026)
- AI for Education — The SEE Framework: A Practical Guide to Building Generative AI Literac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