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K-12 AI 리터러시 입법 4종 패키지 — HR 8747·LIFT AI Act·일리노이 딥페이크 사이버불링법·오클라호마·메릴랜드 학교 AI 규범과 한국 AI 디지털교과서 전면 확대

2026년 5월과 6월, 미국에서 K-12 AI 교육을 겨냥한 연방·주 수준 입법이 동시다발로 쏟아졌습니다. 공화당 의원이 발의한 연방 하원법 HR 8747 K-12 AI Literacy and Readiness Act, 상원 초당파 LIFT AI Act, 일리노이주 딥페이크 사이버불링 학교법(7월 1일 시행), 오클라호마 책임기술학교법(5월 12일 서명), 메릴랜드 AI Ready Schools Act(6월 1일 시행)까지 — 한 달도 안 되는 기간에 미국 교육 생태계가 AI 리터러시를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습니다. 한편 한국에서는 2026년 3월부터 AI 디지털교과서가 초등 5·6학년, 중학 2학년, 고등 2학년으로 전면 확대됐으며, 483만 명의 학생 데이터 주권을 둘러싼 논쟁이 교육계를 달구고 있습니다. 이 글은 양국의 청소년 AI 교육 패러다임 전환을 입체적으로 분석합니다.
HR 8747 K-12 AI Literacy and Readiness Act — 연방 교육법을 AI 시대로 업그레이드
2026년 5월 12일, 플로리다주 공화당 소속 랜디 파인(Randy Fine) 하원의원은 K-12 AI Literacy and Readiness Act(HR 8747)를 하원 교육노동위원회에 제출했습니다. 이 법안은 미국 초중고 교육의 근거법인 초중등교육법(ESEA)과 장애인교육법(IDEA)을 개정해 'AI 리터러시'를 정식 교육 목표로 명문화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구체적으로 학생이 AI를 안전하고 효과적이며 책임감 있게 사용하는 방법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을 연방 지원 대상 교육 항목에 추가하며, 교사·보조교사·사서·특수교육지원인력·행정가가 AI를 안전하고 효과적이며 책임감 있게 활용하고 가르칠 수 있도록 하는 전문성 개발 프로그램도 지원 범위에 포함됩니다. 법안은 AI를 '기술 도구'로만 바라보던 기존 연방 교육 프레임을 AI 시대의 필수 리터러시 역량으로 재정의한다는 점에서 상징적 의미가 큽니다. 아직 위원회 심사 단계이나, 파인 의원은 AI 교육이 디지털 시대를 살아갈 학생들에게 읽기·쓰기와 같은 기초 역량이라고 강조하며 초당파적 지지를 호소하고 있습니다.
상원 초당파 LIFT AI Act — NSF 보조금으로 교과과정·교사 연수 동시 지원, OpenAI·구글·마이크로소프트 지지
2026년 4월, 민주당 소속 애덤 시프(Adam Schiff, 캘리포니아) 상원의원과 공화당 소속 마이크 라운즈(Mike Rounds, 사우스다코타) 상원의원이 초당파 공동으로 LIFT AI Act(Literacy in Future Technologies Artificial Intelligence Act)를 발의했습니다. 하원에서는 공화당 톰 킨 주니어(뉴저지) 의원과 민주당 게이브 아모(로드아일랜드) 의원이 동반 법안을 제출했습니다. LIFT AI Act는 국립과학재단(NSF) 내에 K-12 AI 리터러시 교과과정 개발 및 평가 방법 연구개발을 위한 보조금 프로그램을 신설하는 것을 골자로 합니다. 구체적으로 보조금 수혜 기관은 대학 또는 비영리 단체이며, 이들이 수행해야 할 활동으로는 AI 리터러시 필수 역량 중심 교과과정 개발, 교육자·교장·학교 리더를 위한 AI 리터러시 전문성 개발 과정, 평가 도구 개발, 실습 학습 도구 개발, 기존 교과과정에 AI 리터러시를 통합하는 작업 등이 포함됩니다. 가장 주목할 특징은 이 법안에 대한 업계의 대대적 지지입니다. OpenAI,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HP 등 빅테크 기업과 미국교원연합(AFT, American Federation of Teachers)이 공개적으로 법안을 지지했습니다. 빅테크가 교원 노조와 나란히 지지 성명을 낸 것은 이례적 사례로, AI 리터러시 교육이 정치적 이해를 초월한 사회적 합의로 부상하고 있음을 상징합니다.
일리노이 HB 3851 — 딥페이크 디지털 복제물을 학교 사이버불링으로 명문화, 7월 1일 시행
일리노이주 HB 3851은 '로런-캐펠법(Loughran-Cappel Law)'이라고도 불리며, 2026-2027 학년도가 시작되는 7월 1일부터 시행됩니다. 이 법은 일리노이 학교법(School Code)의 '사이버불링' 정의를 개정해 디지털 복제물(digital replica)을 동의 없이 게시하거나 유포하는 행위 — AI가 생성한 딥페이크를 포함 — 가 기존 불링 정의에 따른 피해를 유발할 경우 사이버불링으로 간주하도록 했습니다. 특히 성적 이미지를 포함한 합성물을 무단으로 공유하는 행위도 사이버불링의 범주에 명시적으로 포함됩니다. 교실에서 동의를 받고 AI를 활용하는 경우는 예외로 인정됩니다. 이 법의 교육적 함의는 단순한 처벌 규정을 넘어섭니다. 학교는 이제 딥페이크 피해를 기존 불링 대응 체계 안에서 처리해야 하며, 불링 방지 교육 프로그램에 AI 생성 디지털 복제물의 위험성과 동의(consent)의 의미를 포함해야 합니다. FutureEd에 따르면 2026년 미국 31개 주에서 134개 이상의 AI 교육 관련 법안이 발의됐는데, 그중 딥페이크 사이버불링을 학교 정책 안으로 끌어들인 사례는 일리노이가 최초입니다. 타 주 입법자들에게 참조 모델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오클라호마 SB 1734·메릴랜드 SB 720 — 학교 AI 정책 의무화의 두 모델
2026년 5월 12일, 오클라호마 주지사는 '책임기술학교법(Responsible Technology in Schools Act)'이라 불리는 SB 1734에 서명했습니다. 상원 42-0 만장일치로 통과된 이 법은 교실 내 AI 도구를 교사 주도(educator-directed) 방식으로만 허용하고, AI를 성적 부여·징계·진급의 주된 근거로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2027-2028 학년도 시작 전에 모든 학구가 AI 사용에 대한 성문 정책을 채택해야 하며, 정책에는 허용·금지 교육 활용, 데이터 보호 및 최소화, 학부모 투명성, 정기 검토 방안이 포함되어야 합니다. 또한 AI가 교실에서 활용될 때 학부모에게 반드시 통지하고 자녀의 옵트아웃 기회를 제공해야 합니다. 이와 달리 메릴랜드 SB 720은 2026년 5월 26일 주지사가 서명해 6월 1일부터 시행됐습니다. 이 법은 규제보다 인프라 구축에 방점을 찍습니다. 주 교육부가 학교·교사·학부모·학생을 위한 AI 활용 지침과 모범 사례를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제공해야 하며, 각 지방 학구는 중앙 사무소에 AI 담당 비수업 코디네이터를 임명해야 합니다. '메릴랜드 AI 교육 협력체(Maryland AI Education Collaborative on Artificial Intelligence in K-12 Education)'라는 다중 이해관계자 기구도 신설돼 교사·관리자·학부모·학생·교육단체 대표가 참여해 AI 활용 현황 연구와 가이드라인 권고를 담당합니다. 주 지침 발표 후 120일 이내에 각 학구가 AI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는 시한도 명시됐습니다. 오클라호마가 '제한과 통제' 모델이라면 메릴랜드는 '표준화와 협력' 모델입니다. 두 법은 서로 다른 정치·교육 문화에서 탄생했지만 '학교 AI 정책 공백 해소'라는 공통 목표를 향해 수렴합니다.
한국 AI 디지털교과서 전면 확대 — 483만 학생, 1조 4천억 원, 데이터 주권 논쟁
2026년 3월 신학기부터 한국 교육부의 AI 디지털교과서(AIDT)가 초등 5·6학년, 중학 2학년, 고등 2학년으로 전면 확대됐습니다. 2025년 수학·영어·정보 과목에서 시작된 AIDT는 이제 국어·사회·과학 등 주요 교과로 범위를 넓히며, 총 483만 명의 학생이 개인화 학습 AI 엔진과 데이터 연동 학습 환경에 놓이게 됐습니다. 정부 예산 1조 4천억 원이 투입된 이 사업은 학생 개개인의 학습 패턴·오답 이력·주의집중 시간을 실시간으로 수집·분석해 맞춤형 학습 경로를 제공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교육 현장에서는 AI 디지털교과서를 통해 교사가 학급 내 학습 격차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개입할 수 있게 됐다는 긍정 평가가 나옵니다. 그러나 한국데이터경제신문의 단독 분석에 따르면 '483만 학생의 데이터는 누구의 것인가'라는 근본적 질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AIDT 플랫폼이 수집하는 학습 데이터의 소유권·보존 기간·제3자 제공 기준·삭제 권리에 대한 명확한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지적입니다. 교육 데이터는 건강 데이터에 준하는 민감성을 지님에도, 개인정보보호법상 교육 데이터에 대한 특별 규정은 아직 미흡한 실정입니다. 딥페이크 교육 측면에서도 AIDT 도입이 새로운 위험을 낳는다는 우려가 있습니다. 교실 내 학생 얼굴·음성 데이터가 학습 참여도 분석 등의 목적으로 수집될 경우, 이 데이터가 딥페이크 생성에 악용될 수 있다는 전문가 경고가 나옵니다. AI 디지털교과서가 진정한 AI 리터러시 교육 도구가 되기 위해서는 도구를 사용하는 방법뿐 아니라 그 도구가 어떻게 작동하고, 어떤 데이터를 수집하며, 누가 책임지는지에 대한 비판적 이해를 함께 가르치는 교육 철학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시사점 — AI 리터러시 교육의 세 층위: 사용법·비판적 이해·권리 인식
2026년 미국의 K-12 AI 리터러시 입법 물결과 한국의 AI 디지털교과서 전면 확대는 '학교 AI 교육'의 범위와 깊이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공유합니다. 첫 번째 층위는 사용법 교육입니다. 학생이 생성형 AI를 어떻게 사용하는지, 어떤 맥락에서 유용한지, 어떤 한계를 지니는지를 가르치는 가장 기본적인 수준입니다. HR 8747과 LIFT AI Act는 이 층위에 연방 자금을 투입하려는 시도입니다. 두 번째 층위는 비판적 이해입니다. AI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편향이 어떻게 발생하는지, 딥페이크가 왜 위험한지, AI 생성 콘텐츠와 진본을 어떻게 구별하는지를 이해하는 수준입니다. 일리노이 HB 3851이 학교에서 딥페이크 동의(consent)와 피해를 가르쳐야 한다는 틀을 세운 것이 이 층위에 해당합니다. 세 번째 층위는 권리 인식입니다. 내 데이터가 누구에게 수집되고 어디에 사용되는지, AI 의사결정에 이의를 제기할 권리가 있는지, AI 피해를 어떻게 신고하고 구제받는지를 아는 수준입니다. 한국 AI 디지털교과서 데이터 주권 논쟁은 이 세 번째 층위가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얼마나 교육 현장에서 무시되고 있는지를 역설적으로 드러냅니다. 진정한 AI 리터러시 교육은 세 층위를 모두 포괄해야 합니다. 도구를 안전하게 쓰는 법만 가르치는 것은 충분하지 않습니다. 그 도구가 어떻게 우리를 바꾸고, 우리의 데이터를 어떻게 다루며, 우리가 어떤 권리를 갖는지까지 아는 것이 디지털 시민성의 완성입니다.
출처: Randy Fine 의원실 보도자료, Schiff 상원의원 보도자료(2026년 4월), 404media.co LIFT AI Act 보도, Illinois Senator Loughran-Cappel 공식 발표, LegiScan 오클라호마 SB 1734, Black America Web 메릴랜드 AI Ready Schools Act 보도(2026년 6월 2일), FutureEd 2026 주별 AI 교육 법안 추적기, 한국데이터경제신문 AIDT 단독 분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