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아일랜드, 전국 최초 AI 치료 챗봇 금지법 — 뉴저지·뉴욕·펜실베이니아 동시입법, 미국 주(州) AI 여름 입법 물결 2026

2026년 6월 22일, 미국 로드아일랜드(Rhode Island) 주지사 댄 매키(Dan McKee)가 세 개의 AI 관련 법률에 서명했습니다. 이 중 '정신건강 케어의 AI 감독법'(H 7349/S 2197)은 미국 최초로 AI가 심리치료·정신치료를 제공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AI가 사용자에게 감정적 의존·결속·의존성을 유발하는 행위를 법으로 차단했습니다. 같은 날, 뉴저지(New Jersey) 주의회는 '아동 코드법'(A 4015)을 36대 4(상원), 73대 5(하원)라는 압도적 표차로 통과시켰습니다. 뉴욕(New York)에서는 'AI 생성 뉴스 공개법(FAIR 뉴스법)', 'AI 학습 데이터 투명성법', '데이터센터 모라토리엄' 등이 주지사 서명 대기 상태가 됐습니다. 일주일이 채 지나지 않아 펜실베이니아(Pennsylvania) 하원은 7월 1일 미성년자 대상 AI 챗봇 안전법(HB 2006)을 가결했습니다. 연방 차원의 종합 AI 법안이 공화당의 반대로 답보 상태인 가운데, 미국 각 주(州)들이 사실상 전국 AI 규제의 최전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특히 정신건강 챗봇, 아동 보호, 미디어 투명성, 데이터센터 에너지 등 구체적 피해와 연결된 이슈에서 주 정부들이 빠르게 입법으로 대응하는 모습은, AI 규제의 새로운 글로벌 패턴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로드아일랜드 3법 해부 — AI가 심리치료를 할 수 없는 이유
로드아일랜드 3개 법의 핵심은 AI와 정신건강의 교차점입니다. 법안을 주도한 로리 우르소(Lori Urso) 상원의원과 티나 스피어스(Tina Spears) 하원의원은 2023년 이후 청소년 정신건강 위기와 AI 챗봇 사용 간의 상관관계를 집중적으로 분석해 왔습니다. 2024년 플로리다에서 14세 소년이 Character.AI 챗봇과의 장기간 상호작용 끝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전국적 충격을 준 이래, 15개 이상의 주에서 관련 입법이 발의됐지만 실제 법으로 성립된 것은 로드아일랜드가 처음입니다.
제1법(H 7349/S 2197 '정신건강 케어의 AI 감독법')은 세 가지 금지 조항이 핵심입니다. 첫째, 무면허 개인 및 기업이 AI를 통해 심리치료(therapy/psychotherapy)를 제공하는 행위를 금지합니다. 이는 '면허 없는 의료행위 금지' 원칙을 AI에 명시적으로 확장한 것입니다. 둘째, AI가 사용자에게 감정적 의존(emotional attachment), 감정적 결속(bonding), 또는 의존성(dependency)을 유발·시뮬레이션하는 행위를 금지합니다. Character.AI·Replika 등 AI 동반자 앱들이 채택해 온 '감정적 연결' 설계 원칙 자체를 정신건강 맥락에서 불법으로 규정합니다. 셋째, 면허 의료인이 AI를 치료 결정이나 치료 계획 권고에 독립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즉 의사나 상담사가 있더라도, AI가 독자적으로 치료 방향을 결정해서는 안 됩니다. 제2법(S 2195/H 7350 '챗봇 자해 안전법')은 챗봇 운영자에게 자살 충동·자해·타인 위협 표현을 감지하면 위기 서비스(자살 예방 전화, 위기 문자 서비스 등)로 즉시 연결할 의무를 부과합니다. 위반 시 하루 최대 1만 5천 달러의 과태료를 부과하며, 이 과태료는 자살 예방 프로그램에 직접 사용되도록 지정됩니다. 또한 2027년 7월 1일부터 연간 이행 보고서를 검찰총장(Attorney General)에게 제출해야 하며, 집계된 데이터는 주 검찰총장 웹사이트에 공개됩니다. 제3법(H 7538 '의료 AI 문서화 통지법')은 AI를 사용해 진료 기록을 작성하는 의료 기관·의료인에게 환자에게 사전 고지 의무를 부과하고, AI가 작성한 기록의 정확성을 의료인이 반드시 검토하도록 요구합니다.
뉴저지 아동 코드법(A 4015) — 미성년자 '가장 높은 보호 수준' 기본값 의무화
2026년 6월 30일, 뉴저지 주의회가 '아동 코드법(New Jersey Kids Code Act)'을 압도적 찬성으로 통과시켰습니다. 주요 내용은 영국의 '아동 코드(Age-Appropriate Design Code)'를 미국화한 것으로, 온라인 서비스 제공자들이 미성년자 이용자에게 제공 가능한 최고 수준의 프라이버시·안전 설정을 기본값으로 적용하도록 의무화합니다. 핵심 규정은 네 가지입니다. 첫째, 미성년자로 확인된 이용자에게는 최고 수준의 보안·프라이버시 설정이 자동 적용돼야 하며, 사업자는 미성년자에게 보호 수준을 낮추도록 유도(dark pattern)하는 설계를 금지합니다. 둘째, 계정 삭제 절차는 계정 생성 절차보다 같거나 더 간단해야 합니다. 즉 '탈퇴 어렵게 하기' 전략을 금지합니다. 셋째, 나이 확인 목적으로 수집된 개인정보는 나이 확인 이후 다른 목적으로 사용이 금지되며, 확인 완료 후 15일 이내에 삭제해야 합니다. 넷째, 이 법을 위반하는 행위는 뉴저지 소비자 사기법(Consumer Fraud Act) 위반으로 간주됩니다. 이 법은 미시간(Michigan) 주지사 그레첸 휘트머(Gretchen Whitmer)가 서명을 거부해 폐기된 유사 법안(2024)의 선례를 의식하며 설계됐습니다. 법이 발효되면 소셜미디어·게임·동영상 플랫폼 등 미성년자를 이용자로 두는 거의 모든 온라인 서비스 사업자에게 적용됩니다.
뉴욕 2026 회기 마감 — FAIR 뉴스법·AI 학습 데이터 투명성·데이터센터 모라토리엄
뉴욕 주의회는 2026년 회기 마지막 날인 6월 1일, 네 개의 AI 관련 법안을 주지사 서명 처리 테이블 위에 올려놨습니다. 가장 주목받는 것은 'AI 생성 뉴스 공개법', 별칭 'FAIR 뉴스법'(S 8451)입니다. 이 법은 뉴욕주에서 운영되는 뉴스 기관이 AI가 실질적으로 생성하거나 작성한 기사를 발행할 때 명확한 표시를 의무화합니다. 독자들이 사람이 쓴 기사와 AI가 작성한 기사를 구별할 수 있어야 한다는 원칙에서 출발했습니다. 법안을 발의한 패트리샤 파이(Patricia Fahy) 의원은 '저널리즘의 신뢰성은 출처의 투명성에서 비롯된다'고 밝혔습니다. 두 번째는 'AI 학습 데이터 투명성법'(A 6578)입니다. AI 개발사가 모델 학습에 사용한 저작권 보호 데이터 목록을 문서화하고 공개하도록 의무화합니다. 기존 저작권법과의 교차점에서 출판·음악·영상 업계의 강한 지지를 받았습니다. 세 번째는 '데이터센터 모라토리엄법'(A 11560)으로, 최대 부하 20메가와트 이상의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에 대해 1년간 인허가 모라토리엄을 선언합니다. AI 산업의 급격한 에너지 소비 증가와 뉴욕 전력망 안정성에 대한 우려, 지역 냉각수 수요 급증 문제가 배경입니다. 네 번째는 '미성년자 챗봇 안전법'(S 9051)으로, 챗봇이 미성년자와 상호작용할 때 안전 설계 기준과 자해·위기 감지 기능을 갖추도록 요구합니다. 네 법 모두 주지사 캐시 호철(Kathy Hochul)이 12월 31일까지 서명 또는 거부권을 행사해야 합니다.
펜실베이니아·하와이·캘리포니아 — 동시다발 주 AI 입법 현황
같은 기간, 미국 전역에서 AI 관련 입법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됐습니다. 펜실베이니아(Pennsylvania)에서는 7월 1일 하원에서 HB 2006(미성년자 AI 챗봇 안전법)이 가결됐습니다. 이 법은 챗봇 운영자가 미성년자와 상호작용할 때 위기 감지 및 연결 기능을 갖추도록 요구합니다. 이와 별도로 HB 2637은 더욱 급진적인 제안으로, AI 기능을 포함한 아동 장난감에 대해 3년간 모라토리엄을 선언합니다. AI 내장 스마트 완구가 아동 데이터를 수집하고 행동 패턴을 형성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 비롯됐습니다. 하와이(Hawaii)에서는 두 개의 법안이 주지사 서명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HB 2137은 딥페이크 제한 및 광고 내 합성 퍼포머 공개 의무를 담았고, SB 3001은 챗봇이 미성년자와 상호작용할 때의 공개 의무와 보호 기준을 담았습니다. 캘리포니아(California)에서는 6월 30일 개빈 뉴섬(Gavin Newsom) 주지사가 AB 2148에 서명했습니다. 이 법은 공립학교 교직원과 계약자(contractor)가 '실제 인간'이어야 함을 법적으로 규정하는 독특한 내용으로, AI 교사·AI 학교 상담사 도입에 반대하는 교원 노조와 학부모 단체의 강력한 지지를 받았습니다. 이 모든 움직임은 연방 AI 법안(현재 공화당 반대로 사실상 교착 상태)을 기다리지 않고 각 주가 독자적으로 AI 규제의 공백을 메우겠다는 의지의 반영입니다.
왜 지금, 왜 이 주제들인가 — 미국 주 AI 입법 물결의 구조적 배경
2026년 여름 미국 주 AI 입법의 특징은 '피해 현장'에서 직접 출발한다는 점입니다. 로드아일랜드 치료 챗봇 금지법은 AI 챗봇 관련 청소년 자살 사건이, 뉴저지 아동 코드법은 소셜미디어 알고리즘의 미성년자 착취 피해가, 뉴욕 FAIR 뉴스법은 AI 가짜 뉴스로 인한 미디어 신뢰 붕괴가, 데이터센터 모라토리엄은 AI 에너지 과소비로 인한 전력망 불안이 직접적 동인입니다. 이처럼 추상적인 'AI 위험' 담론이 아닌 구체적인 피해 사례가 입법의 정치적 동력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또 다른 특징은 초당파성입니다. 로드아일랜드 3개 법은 민주당·공화당 의원이 공동 발의했고, 뉴저지 법도 상·하원 모두에서 압도적 찬성을 얻었습니다. 연방 차원에서 AI 규제가 당파적 쟁점이 된 것과 달리, 주 수준에서 특히 아동 보호·정신건강·소비자 기만 방지 영역은 초당파적 합의가 가능한 것으로 나타납니다. Transparency Coalition의 7월 3일 업데이트에 따르면, 현재 미국 전역에서 450개 이상의 AI 관련 법안이 각 주 의회에서 심의 중이며, 이 중 2026년 내 성립이 예상되는 법안만 80개 이상입니다. 인간의 손으로 쓴 저널리즘, 면허 있는 정신건강 치료, 아동의 디지털 안전 — 이 세 가지 영역은 2026년 미국 주 AI 입법의 공통 분모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한국에 던지는 시사점 — AI 챗봇 규제·청소년 보호·데이터센터 에너지
미국 주 AI 입법 물결은 한국의 AI 기본법 시행 및 후속 입법 논의에 여러 시사점을 줍니다. 첫째, AI 심리상담 서비스의 규제 공백입니다. 한국에서는 현재 다양한 AI 기반 심리 상담·멘탈헬스 앱이 법적 규제 없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로드아일랜드 법의 핵심은 'AI가 독립적으로 치료를 제공하거나 감정적 의존을 유발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으로, 한국 의료법·정신건강복지법과의 교차 지점에서 별도의 AI 특화 규정이 없는 현 상황의 취약성을 드러냅니다. 방송통신위원회·보건복지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 세 기관이 공동으로 AI 심리상담 서비스의 범위·자격·안전 기준을 마련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됩니다. 둘째, 청소년 대상 플랫폼의 '기본값 최고 보호' 원칙입니다. 한국의 개인정보보호법은 미성년자 동의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지만, 뉴저지 아동 코드법처럼 '가능한 가장 높은 보호 수준을 기본값으로 적용하고, 탈퇴를 가입만큼 쉽게 만들라'는 설계 의무(Design by Default) 원칙은 명시되어 있지 않습니다. 청소년 정신건강 위기와 디지털 환경의 연관성이 국내에서도 지속적으로 보고되는 상황에서, 이 원칙의 국내 도입 검토가 필요합니다. 셋째, AI 뉴스 콘텐츠 표시 의무입니다. 뉴욕 FAIR 뉴스법의 핵심인 AI 생성 뉴스 명시 의무는, 한국 언론중재법·방송법의 개정을 통한 도입이 검토될 수 있습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AI 생성 콘텐츠 표시 기준을 선제적으로 마련하는 방안도 논의할 만합니다. 넷째, 데이터센터 에너지 문제입니다. 뉴욕의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 1년 모라토리엄은 한국 경기도·충청도 데이터센터 집중 지역에서 유사한 문제가 대두되고 있음을 상기시킵니다. AI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냉각수 사용·지역 전력망 부담에 대한 국내 입법적 대응이 조기에 마련돼야 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출처: Transparency Coalition AI 입법 업데이트 7월 3일 (https://www.transparencycoalition.ai/news/ai-legislative-update-july3-2026), 로드아일랜드 AI법 제정 보고 (https://www.transparencycoalition.ai/news/rhode-island-enacts-four-new-ai-laws-including-a-therapy-chatbot-ban), The Hill – 뉴욕 데이터센터 모라토리엄 (https://thehill.com/homenews/state-watch/5912788-new-york-data-center-moratorium/), AI Weekly – 로드아일랜드 3법 (https://aiweekly.co/alerts/rhode-island-signs-three-ai-laws-covering-mental-health-chatbo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