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가상 인물 성적 영상물도 처벌? — 성폭력처벌법 제14조의4 법사위 소위 상정과 '과잉입법' 논란 전면 분석

2026년 7월 2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법률안(제14조의4 신설)이 상정됐습니다. 이 법안은 실존 인물 여부와 무관하게 인공지능 기술로 생성된 성적 표현물을 제작하면 최고 징역 7년, 단순 소지·시청만으로도 최고 징역 3년에 처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법안이 온라인에 알려지자 '보기만 해도 3년' '사람 죽여도 7년 안 나오는데'라는 반응이 쏟아지며 과잉입법 논란이 폭발했습니다. 법원행정처는 법안 체계상 성폭력처벌법의 기본 전제인 '실존 피해자 보호'와 정합하지 않는다는 공식 의견을 제시했고,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박상철 교수는 현행 정보통신망법으로도 처벌이 가능하다며 별도 규정 신설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허영 의원 등 10명이 2025년 9월 발의한 이 법안은 10개월 만에 법사위 소위라는 첫 관문을 통과했지만, 조문의 수정 없이 최종 통과될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법조계의 중론입니다.
제14조의4란 무엇인가 — 법안의 핵심 조문 해부
더불어민주당 허영 의원(비례대표)이 대표 발의하고 김병기·홍기원·소병훈·박상혁·김태선·한민수·박용갑·정진욱 의원, 무소속 최혁진 의원이 공동 발의한 이 법안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제14조의4를 새로 추가하는 내용입니다. 2025년 9월 11일 국회에 제출됐으며, 2026년 7월 2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돼 법안심사소위원회로 넘겨졌습니다.
법안의 핵심은 제14조의4 제1항입니다. '인공지능 기술 등을 이용하여 실제 인물로 인식될 수 있는 가상의 인물이나 표현물을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형태로 제작·편집·합성 또는 가공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합니다. 제2항은 이를 유포·판매·제공·전시·상영한 자에게 동일한 형을 적용하며, 제3항은 이를 소지·구입·저장·시청한 자에게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도록 합니다.
현행법과의 가장 큰 차이점은 바로 '피해자 실존 요건의 삭제'입니다. 현행 성폭력처벌법 제14조의2(허위영상물 편집·반포죄)는 '사람의 얼굴·신체 또는 음성을 대상으로 한 촬영물·영상물 또는 음성물'을 대상으로 하며, 실존 인물에 대한 피해가 전제됩니다. 그러나 제14조의4 신설안은 '실제 인물로 인식될 수 있는 가상의 인물'까지 처벌 범위에 포함함으로써, 순수하게 AI가 만들어낸 가상 캐릭터를 이용한 성적 콘텐츠도 형사 처벌 대상이 됩니다. 이것이 법안 찬반 논쟁의 가장 큰 핵심입니다.
법원행정처의 공식 의견 — '성폭력처벌법 규율 체계와 불합치'
법원행정처는 이 법안에 대해 공식적으로 보완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출했습니다. 법원행정처는 '제14조의4 제1항이 피해자가 실존한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경우, 즉 가상의 인물을 대상으로 하여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 침해 여부 자체가 성립하지 않거나 불분명한 경우까지 성폭력처벌법의 적용대상에 포함시키고 있는데, 이는 개인적 법익의 보호를 전제로 하는 성폭력처벌법의 규율체계와 정합하지 않는 측면이 있으므로 체계상 적정한지에 대해 보완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법원행정처의 의견은 법안의 근본적 전제를 정면으로 문제 삼은 것입니다. 성폭력처벌법은 '실존하는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보호하는 법입니다. 가상 캐릭터에는 성적 자기결정권이 없으며, 그 침해도 있을 수 없습니다. 따라서 가상 인물 성적 영상물을 성폭력처벌법의 규율 범위에 넣는 것은 법체계상 이질적이라는 비판입니다. 이는 단순히 처벌 수위 문제가 아니라 법률의 보호 법익이 무엇인지에 관한 근본적인 이론 충돌입니다.
'보기만 해도 징역 3년' — 다른 범죄와의 형량 비교
법안이 온라인에 알려지자 가장 강렬한 반응을 불러일으킨 것은 단순 시청·소지에 대한 형량이었습니다. '보기만 해도 징역 3년'이라는 표현으로 확산된 이 논쟁은, 제작죄의 최고 형량인 징역 7년을 다른 중범죄와 비교할 때 더욱 증폭됐습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초범 과실 상해치사 최고 5년', '단순 폭행죄 2년', '성매매 1년 미만', '업무상 횡령 5년' 등과의 비교가 이어졌으며, '사람 죽여도 7년 안 나오는 경우가 많은데 가상 AI 그림 만든다고 7년이냐'는 반응이 대표적이었습니다.
법조계에서도 형평성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현행 아동·청소년성착취물 소지·시청죄(청소년성보호법 제11조 제5항)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규정돼 있습니다. 실존 아동 피해자가 특정된 착취물 소지도 1년 이하인데, 가상의 AI 영상물 시청에 3년을 부과하는 것은 법체계상 균형이 맞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성폭력처벌법상 현행 딥페이크 소지·시청죄(제14조의2 제4항)도 3년 이하 징역으로 규정되어 있어, 실존 피해자 딥페이크와 동일한 형량을 가상 인물에 적용하는 것이 과도하다는 비판이 제기됩니다.
전문가 의견 — '정보통신망법으로 충분, 성폭력법 적용은 무리'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박상철 교수는 이 법안에 대해 '피해자가 명확하지 않더라도 정보통신망법상 음란물 유포 등을 적용하면 처벌할 수 있다'며 '특별히 가상 인물 음란물을 다루는 규정을 둘 이유는 없어 보인다'는 의견을 밝혔습니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7은 음란 정보의 유통을 금지하고, 동법 제74조는 이를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합니다. 박 교수는 처벌 수위의 차이는 있지만, AI 가상 성적 영상물이 무규제 상태에 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지적합니다.
반면 법안 찬성 측은 정보통신망법의 처벌 수위(최고 1년)가 지나치게 낮고, '음란물'의 법적 판단 기준이 모호해 실제 수사·기소가 어렵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AI 기술이 발전할수록 가상 인물과 실제 인물의 구분이 불가능해지는 상황에서, 더 명확하고 강력한 처벌 규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입니다. 특히 온라인 플랫폼에서 AI 생성 아동 성적 영상물이 폭증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규제 공백을 방치할 수 없다는 논거도 제시됩니다. 학계에서는 '공익 목적의 보호 범위 확장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성폭력처벌법보다는 별도의 AI 콘텐츠 규제법 체계 내에서 다루는 것이 적절하다'는 중간 입장도 존재합니다.
입법 추진 배경 — 연이은 무죄 판결과 규제 공백
이 법안이 발의된 직접적 배경은 현행 성폭력처벌법 제14조의2가 'AI 생성 콘텐츠'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현실에서 비롯됩니다. 현행법은 '실존하는 사람의 얼굴·신체'를 합성한 경우에 한해 처벌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2025년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은 AI 합성 누드 사진을 공유한 피고인에게 '피해자가 실존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같은 해 대전지법 천안지원도 미성년 아이돌 딥페이크 구매자에게 '합성 이미지에 불과해 완성도도 낮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이처럼 법원이 '피해자 특정 불가', '합성물 완성도 미달'이라는 이유로 잇달아 무죄를 선고하자, 입법부는 이 공백을 메울 필요가 있다는 공감대를 형성했습니다. 법무부에 따르면 2025년 한 해 동안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에 접수된 딥페이크 성범죄 피해 건수는 전년 대비 82% 급증했으며, 피해자의 90% 이상이 여성입니다. 특히 AI 도구 접근성이 높아지면서 스마트폰 앱 하나로 수십 초 만에 나체 합성 이미지를 생성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것도 입법 압력을 높이는 요인이 됐습니다.
향후 전망 — 조문 수정 불가피, 별도 법률 신설 논의도
법안심사소위원회로 넘겨진 이 법안이 현행 조문 그대로 본회의를 통과할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법조계의 중론입니다. 법원행정처의 공식 의견 제출, 전문가들의 광범위한 비판, 온라인 여론의 강한 반발이 맞물리면서 국회는 적어도 다음과 같은 쟁점을 법안심사 과정에서 검토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첫째, '실제 인물로 인식될 수 있는 가상의 인물'의 범위를 '특정한 실제 인물로 오인될 수 있는 경우'로 한정하는 방안. 둘째, 시청·소지죄의 법정형을 제작·유포죄와 차별화해 낮추는 방안. 셋째, 성폭력처벌법 편입 대신 AI·디지털 콘텐츠 전문 규제법을 신설하는 방안.
이 법안의 논란은 한국 사회가 AI 시대에 어떤 기준으로 성적 콘텐츠를 규제할 것인지에 관한 근본적인 물음을 던지고 있습니다. 가상의 존재를 대상으로 한 성적 표현물이 실제 사회에서 어떤 해악을 야기하는지, 그 해악이 기존 법질서로 처벌 가능한 수준인지, 아니면 새로운 법적 패러다임이 필요한지 — 이 세 가지 질문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입법이 먼저 달려간 셈입니다. 국회 법사위 소위는 이르면 2026년 9월 정기국회에서 심의를 재개할 예정이지만, 조문 수정 없이 통과될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지배적 전망입니다.
참고 자료 / References
- 주간경향 — 민주당 주도 발의 'AI 성적영상물법' 왜 논란됐을까 (2026.07.29)
- 머니투데이 — 딥페이크 성범죄 처벌 강화에도 '법 해석' 논란 여전 (2026.07.21)
- 아주경제 — '사람 죽여도 7년 안 나와'…AI 음란물 처벌법 여론 (2026.07.28)
- Korea Herald — Man jailed for deepfake porn seeks state compensation after acquittal
- 나무위키 —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법률안(2025년)
- Business & Human Rights Centre — 한국: 법원, 피해자 특정 불가능 이유로 AI 음란물 유포자 무죄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