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판례딥페이크 소지죄 계속범성폭력처벌법 소급 적용

대법원 딥페이크 '계속범' 선고 — '처벌법 시행 전 저장해도 안 지웠으면 처벌', 지인 합성 195건 사건 광주고법 파기환송

2026-05-22·11분 읽기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 — 2026년 5월 18일 딥페이크 계속범 판결 선고

2026년 5월 18일, 대법원 3부(주심 이숙연 대법관)가 한국 딥페이크 처벌법 역사에 굵직한 선을 하나 그었다. 핵심은 단 한 문장으로 압축된다: 허위영상물·불법촬영물 소지죄는 '계속범'이다. 법 시행 전에 딥페이크 영상을 저장했더라도 법 시행 이후까지 보유하고 있었다면 처벌을 피할 수 없다는 뜻이다. '처벌 규정이 생기기 전에 저장한 것이니 나는 적용 대상이 아니다'라는 피고인 측 방어 논리를 대법원이 정면으로 봉쇄한 것이다. 이 판결은 2024년 10월 16일 시행된 성폭력처벌법 개정(허위영상물 소지·구입·저장·시청 처벌)과 2020년 5월 19일 시행된 불법촬영물 소지 처벌 조항의 적용 범위를 동시에 확장하며, 아직도 과거 영상을 삭제하지 않고 보관 중인 모든 사람에게 강한 경고 신호를 보낸다.

사건의 전말: 대학 동기 얼굴 합성 195개, 불법촬영물 113개

피고인 A씨는 대학 재학 시절이던 2019∼2020년, 같은 학교 여성 동기들의 사진과 인터넷에서 수집한 불상 여성의 신체 사진을 AI 합성 도구로 결합해 허위영상물 195개를 생성·저장했다. 저장 장치 안에서 이 영상물들은 2024년 12월까지 삭제되지 않은 채 남아 있었다. 별도로 A씨는 2014∼2020년에 걸쳐 불법촬영물 113개도 저장해 같은 시기까지 보유했다. 또한 검사는 A씨에게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 위반 — 영리 목적 성착취물 판매 혐의 — 도 함께 적용했다.

1심은 A씨에게 유죄를 인정해 일부 혐의를 처벌했으나, 2심인 광주고등법원은 쟁점이 된 허위영상물 소지 혐의와 불법촬영물 소지 혐의 일부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원심의 논리는 이랬다: 성폭력처벌법의 허위영상물 소지 처벌 조항(제14조의2 제4항)은 2024년 10월 16일에야 시행됐는데, A씨가 영상물을 저장한 시점은 그보다 훨씬 이전인 2019∼2020년이다. 따라서 법 시행 이전 행위에 대해 소급하여 처벌을 부과하는 것은 헌법 제13조 제1항이 보장하는 형사불소급 원칙에 반한다는 것이었다.

계속범이란 무엇인가: 형사법상 개념과 의미

형사법에서 범죄는 구성요건 행위가 완성되는 시점에 따라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째는 '즉시범(即時犯)'으로, 특정 행위가 완결되는 순간 범죄가 종료되는 유형이다. 예컨대 상해죄는 타인을 다치게 하는 행위가 끝나면 범죄가 완성된다. 둘째는 '계속범(繼續犯)'으로, 위법 상태가 종료되기 전까지 범죄 행위가 계속 이어진다고 보는 유형이다. 감금죄가 대표적 예다 — 피해자를 가두는 행위가 시작된 순간부터 석방될 때까지 범죄가 지속된다. 마약 소지죄, 불법 총기 소지죄도 계속범으로 분류된다.

계속범으로 분류되면 법적으로 중요한 효과가 생긴다. 범죄 성립의 기준 시점이 '행위 시작 시각'이 아닌 '행위 종료 시각'이 되기 때문이다. 공소시효도 행위 종료 시점부터 기산된다. 그리고 행위가 진행되는 도중에 새로운 법률이 시행되더라도, 새 법률 시행 이후의 행위 기간에 대해서는 그 법이 적용된다. 바로 이 논리가 이번 대법원 판결의 핵심이다: A씨가 허위영상물을 저장하기 시작한 것은 2019∼2020년이었지만, 소지(지배관계 유지) 상태는 2024년 12월까지 계속됐다. 처벌 규정은 2024년 10월 16일 시행됐고, A씨는 그 이후에도 약 두 달간 영상물을 보유하고 있었다. 따라서 그 두 달의 기간에 대해서는 처벌이 가능하다.

대법원의 핵심 판시: 소지죄는 계속범, 소급입법 위반 아니다

대법원은 판결에서 '소지'의 의미를 다음과 같이 명확히 정의했다. '성폭력처벌법 관련 조항에서 소지란 허위영상물(또는 불법촬영물)을 자기가 지배할 수 있는 상태에 두고 그 지배관계를 지속시키는 행위를 말한다.' 즉 소지죄는 영상물을 취득한 최초 시점부터 그것을 삭제·처분하는 시점까지 범죄 행위가 이어지는 계속범이라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영상물을 '처음 저장하는 행위' 자체를 즉시범으로 보는 시각을 배척한 것이다.

소급입법 금지(형사불소급) 원칙과의 관계에 대해, 대법원은 이 판결이 헌법 제13조 제1항 위반이 아님을 밝혔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처벌 규정 시행 전에 소지를 시작했다는 사실 자체는 처벌 대상이 되지 않는다. 처벌되는 것은 법 시행 이후에도 소지 상태를 유지하는 행위 — 즉 법 시행 이후의 기간에 해당하는 지배관계 지속 — 이다. 이는 법학에서 말하는 '부진정소급(不眞正遡及)'에 해당한다. 과거에 완성된 행위를 소급해 처벌하는 '진정소급(眞正遡及)'과 달리, 부진정소급은 과거에 시작됐지만 현재까지 이어지는 상태에 새 법률을 적용하는 것이어서 원칙적으로 합헌이다.

결론적으로 대법원은 '처벌 규정 시행 이후까지 불법 영상을 계속 가지고 있었다면, 소지 상태를 유지하기 위한 별도의 적극적 행동이 없었더라도 개정법 시행 이후의 소지 행위를 처벌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이에 따라 원심이 무죄로 판단한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광주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두 처벌 조항의 시행 일지: 2020년 N번방과 2024년 딥페이크 대란 사이

이번 사건에는 두 개의 처벌 조항이 교차 적용된다. 첫 번째는 불법촬영물 소지 처벌 조항(성폭력처벌법 제14조 제4항)이다. 이 조항은 2020년 5월 19일 시행됐다. 배경은 텔레그램 '박사방' 사건으로 촉발된 N번방 방지법이다. A씨가 2014~2020년에 저장한 불법촬영물 113개에 적용된다. 두 번째는 허위영상물(딥페이크) 소지 처벌 조항(성폭력처벌법 제14조의2 제4항)이다. 이 조항은 2024년 10월 16일 시행됐다. 배경은 2024년 여름 한국 사회를 충격에 빠뜨린 텔레그램 딥페이크 집단 성범죄 사태다. A씨가 2019~2020년에 저장한 허위영상물 195개에 적용된다. A씨는 두 범죄 모두에서 '처벌 조항 시행 이전에 저장했다'는 주장을 전면에 내세웠으나, 이번 대법원 판결로 그 논리가 모두 무너졌다.

판결의 즉각적 파급 효과: 아직도 보유 중인 사람들에게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번 판결의 가장 직접적인 파급 효과는 명확하다. 법 시행 전에 딥페이크 영상이나 불법촬영물을 저장한 사람이 그것을 삭제하지 않고 현재도 보유하고 있다면, 지금 이 순간도 범죄 행위가 진행 중이라는 것이다. 2020년 5월 시행 이전에 저장된 불법촬영물의 경우 2020년 5월 19일 이후부터 소지 행위가 처벌 대상이 됐고, 2024년 10월 시행 이전에 저장된 딥페이크 허위영상물의 경우 2024년 10월 16일 이후부터 소지 행위가 처벌 대상이 됐다. 처벌 규정 시행일을 기점으로 '보관 또는 삭제'라는 선택을 해야 했다는 것이 대법원의 메시지다.

실무적으로는 두 가지 추가 논점이 주목된다. 첫째, 공소시효 기산점이다. 계속범은 행위 종료 시점부터 공소시효가 기산되므로, 영상을 삭제한 날 또는 수사기관에 의해 영상이 발견된 날이 기산점이 된다. 이는 피해 발생으로부터 수년이 지난 후에도 기소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둘째, 단순 '클라우드 백업'이나 '구형 핸드폰 미처분'의 경우에도 소지 상태가 유지된다고 볼 여지가 크다. 수사기관이 클라우드 계정 분석, 디지털 포렌식 수사를 통해 과거 저장 파일을 추출할 경우 계속 소지로 인한 처벌을 피하기 어렵다.

피해자 관점에서의 의의: 과거 피해도 현재 구제받을 수 있다

이번 판결은 피해자 입장에서도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그동안 피해자들은 종종 '가해자가 법 시행 전에 영상을 만들었으니 처벌이 어렵다'는 답변을 들어야 했다. 이제 대법원은 그 논리를 정면으로 뒤집었다. 법 시행 전에 제작·저장된 딥페이크나 불법촬영물이라 해도, 가해자가 현재 시점에도 그것을 보유하고 있는 상태라면 소지죄 혐의로 신고하고 수사를 요청하는 것이 유효하다. 경찰 또는 검찰에 대한 고소·고발 시, '피해 당시는 처벌 규정이 없었으나 현재도 소지 중일 것으로 추정된다'는 점을 명시적으로 주장할 수 있게 됐다.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디성지원센터)에 따르면, 실제로 피해 신고자의 상당수는 피해 발생 시점과 신고 시점 사이에 1년 이상의 간격이 존재한다. 피해자가 두려움, 수치심, 증거 불충분 등의 이유로 즉시 신고를 하지 못한 경우도 많다. 이번 판결은 신고가 늦어진 피해자에게도 가해자의 현재 소지 여부를 근거로 법적 조치를 밟을 여지를 제공한다. 수사기관이 가해자의 기기를 포렌식 분석할 경우, 법 시행 이전에 저장된 콘텐츠가 발견되더라도 법 시행 이후 기간의 소지에 대해서는 처벌이 가능하다.

해외 유사 판례: 영국·독일도 '계속범' 논리로 소급 방어막 봉쇄

이번 대법원 판결이 취한 '소지죄 계속범' 논리는 한국만의 독특한 법리가 아니다. 영국 법원은 수십 년 전부터 아동 성착취물(CSAM) 소지 사건에서 동일한 계속범 이론을 적용해 왔다. R v Porter [2006] EWCA Crim 560 판결은 소지의 개념을 '파일이 저장 장치에 존재하고 접근 가능한 상태에 있는 한 계속되는 상태'로 정의했으며, 이 판결은 이후 영국 내 CSAM 및 딥페이크 소지 사건에서 반복적으로 인용됐다. 독일 형법(StGB)에서도 불법 콘텐츠 소지죄(§ 184b, 184c)는 계속범으로 분류되어, 소지가 지속되는 한 공소시효가 기산되지 않는다는 원칙이 확립돼 있다.

국제적 흐름에서 보면 이번 대법원 판결은 한국이 글로벌 표준에 합류했음을 의미한다. 동시에 피해자들에게는 새로운 법적 수단이, 법 시행 이전의 '저장 관행'에 안주했던 가해자들에게는 강력한 경고 메시지가 전달됐다. 법조계는 이 판결이 향후 디지털 성범죄 기소 전략에서 핵심 참고 판례로 활용될 것으로 전망한다. 광주고등법원의 파기환송심 결과도 주목된다 — A씨에 대한 최종 형량이 어떻게 결정되느냐에 따라, 처벌법 시행 전 저장된 영상물을 소지한 피고인들에 대한 실형 기준선이 구체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